활동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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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편집: 디지털위원회 조은화
– 문화와 정체성, 그리고 도전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도시에서 –
아름다운 변강도시 연길, 내가 사랑하는 나의 고향.
내가 고향을 떠나던 2000년대 초반, 연길은 산업 구조가 단순하고 발전의 여지가 많던 시기였다.
젊은이들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외국으로 나갔고, 고향에는 노인들과 아이들이 남아 농촌의 정취가 여전했다.
그때의 연길은 아직 산업 기반이 약하고, 변화를 기다리는 도시였다.
그동안 부모님이 고향을 떠나 계셔서, 나 역시 몇 년에 한 번씩만 연길을 찾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향을 찾은 지 8년 만에 돌아온 연길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거리마다 젊은이들의 활기가 넘치고, 깨끗하고 세련된 음식점들과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는 사람들이 도시에 생기를 더하고 있었다.
그 변화는 오랜 세월 내 기억 속에 머물던 고향의 모습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놓을 만큼 깊고 강렬했다.
이전부터 이어온 연길옥타(OKTA) 분들과의 인연 덕분에, 이번에는 단순한 방문을 넘어 연변 곳곳의 기업가들과 그들의 현장을 직접 둘러볼 수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 고향이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단단하게 성장해왔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연길
중국 동북 변경, 중국·조선(북한)·러시아 세 나라가 맞닿은 다문화 중심지 연변조선족자치주.
푸른 산과 맑은 강이 어우러진 자연, 정갈한 거리와 따뜻한 인심, 그리고 조선족 고유의 문화와 맛이 살아 있는 매력적인 지역이다.
그 중심지인 연길시는 청결하고 질서정연한 도시 풍경 속에 오랜 전통과 새로운 변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곳이다.
한식·중식·일식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식문화, 조선족 특유의 언어와 생활양식, 그리고 도시화된 이미지가 국내외 관광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실제로 연길은
- 2024년 춘절·노동절 연휴 전국 인기 여행지 상위권
- 전국 문화관광 경쟁력 100강
- 녹색 발전 도시 47위
- GDP 성장률 지린성 1위
등 다양한 지표로 그 성장세를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도시의 진정한 매력은 숫자나 외형이 아니다.
그 안에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미래를 개척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뿌리 위에 새로운 가치를 세워가는 기업가들이 있었다.
이름보다 제품으로 기억되는 기업
- 연변홍봉식품유한회사(延边红峰食品有限公司) -
연변홍봉식품은 연변 조미료 시장의 절대 강자다. 연변 사람이라면 회사 이름을 몰라도, 그들의 제품은 한 번쯤 써봤을 것이다.
식초 한 병에서 시작된 회사답게,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새콤한 식초 향이 코를 스쳤다. 친절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한 사장님은 제품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정성껏 들려주었다.
전시장은 지금까지의 브랜드와 상품들이 한눈에 들어왔고, 그동안 받은 각종 상패들이 줄지어 기업의 발자취를 보여주고 있었다.
마침 타지역에서 온 젊은 사장들이 ‘동북 음식점’을 준비하며 소스 상담을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이 회사의 제품은 현지뿐 아니라 외지에서도 인정받고 있었다.
현재 연변홍봉식품은 냉면 스프, 양고기 양념 소스, 명태 양념장 등 다양한 조미료를 제조·유통하며 연변 전역 조미료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창업자인 이씨가 전통 식초 제조로 기반을 다졌고, 지금은 3대째인 손녀가 경영을 이어받아 기업의 현대화와 브랜드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2012년 법인 설립 이후, “브랜드보다 제품으로 기억되는 힘”으로 연변 식품산업의 한 축을 든든히 지탱하고 있다.
전통을 현대 감각으로
- ‘오두막 막걸리’ 심경자 대표 -
연변을 대표하는 전통주 브랜드 ‘오두막 막걸리’.
13년째 이를 이끌고 있는 심경자 대표는 연변 막걸리의 고유한 풍미를 지켜내며, 현대 소비자 감각에 맞게 새로운 상품화를 이뤄냈다.
연길이 ‘왕훙도시’로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전통 막걸리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본 그녀는 지금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오두막 막걸리’를 연변 막걸리 브랜드의 정상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막걸리는, 전통 막걸리 고유의 신맛과 젊은층의 입맛을 겨냥한 적절한 단맛이 잘 어우러져 본지방 손님은 물론, 해내외 손님들까지 사로잡았다.
관광객과 외지 손님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져, 한 번 맛본 고객들은 각자 거주하는 지역으로 돌아간 뒤에도 위챗 등을 통해 꾸준히 주문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중국 전역 어디서나 배송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연길 직영점 2곳, 한국 내 직영점 3곳을 운영하며, ‘오두막 막걸리’는 이제 연변의 왕훙(網紅) 식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심경자 대표의 막걸리는 단순한 술이 아니다.
그것은 조선족 여성 기업가의 집념과 문화적 정체성이 담긴 작품이며, 끊임없는 연구와 열린 자세로 전통을 계승하는 그녀의 철학이 막걸리 한 잔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연변의 자부심, 프리미엄 육우 브랜드를 만나다
- ‘우리황소’ 정군 대표 -
2017년에 설립된 ‘우리황소’는 축산업과 식품가공을 결합한 산업 융합형 기업이다.
공장을 직접 참관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일본 기업 못지않은 청결함과 체계적인 관리 수준이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가공 라인은 직원들이 위생복을 착용한 채 질서 정연하게 일하고 있었고, 바닥은 먼지 하나 없이 반짝였다.
그 순간, ‘중소규모 지방기업은 낙후되어 있을 것’이라는 편견이 완전히 깨졌다.
연길 시내에 위치한 판매점에서는 모든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상품들은 전부 진공포장으로 정리되어 있고, 소매 고객에게는 스티로폼 박스에 아이스팩을 깔아 정성스럽게 포장해 준다.
청결함, 세련됨, 그리고 고객 배려가 돋보였다.
현재는 중국 전역으로 배송이 가능하며, ‘우리황소’는 이미 연변을 대표하는 고급 소고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정군 대표는 연변 전통 황소와 일본산 와규의 장점을 결합한 신품종을 직접 사육하며, 이를 고급화 전략으로 가공·유통해 연변 축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사육부터 도축, 가공, 판매, 가공식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완전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구축했다.
그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품질에 대한 철학과 연변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었다.
‘우리황소’는 이제 단순한 브랜드를 넘어, 연변의 자부심이자 지역경제의 미래를 여는 상징이 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 ‘권영욱 돈까스’ 권영욱 대표 -
‘권영욱 돈까스’는 연변에서 보기 드문,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외식업체다.
대표 권영욱 씨는 젊은 시절 한국에서 유학하며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그 속에서 한국 셰프로부터 일본 정통 돈까스 기술을 전수받았다.
고향 연길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돈까스 전문점을 열었고, 현재는 직영점 2곳, 중국 각지 가맹점 4곳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재료 하나하나를 전국에서 직접 발품 팔아 조달하고, 소스도 독자 개발해 일식의 정통성과 한식의 대중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익숙한 맛 속에서도 느껴지는 섬세한 손맛, 그것이 현지인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권 대표는 “세계음식마스터협회 소속(조선족 유일)”이며, 연변음식협회 비서실에서도 활동 중이다. 메뉴 개발과 식당 컨설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삶의 고비마다 주저하지 않고 스스로를 단련해온 철학, 그리고 그의 이야기에는 부모로부터 받은 바른 교육과 인간적인 깊이가 배어 있었다.
이번에 권영욱 대표의 소개로, 연변을 빛내는 기업가들과 그들의 열정 어린 현장을 직접 마주할 수 있었다.
전통 속에서 미래를 짓는 사람들
이들 네 명의 기업가는 모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연변이라는 뿌리를 지키며 그 위에 새로운 가치를 쌓아가는 정신만큼은 같았다.
누구는 식초 한 병에서 시작했고,
누구는 막걸리 한 잔,
또 누구는 황소 한 마리, 돈까스 한 접시에서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내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그들은 말없이, 묵묵히, 그러나 분명하게 오늘도 연변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